투자자로 살아남기

AI 경쟁이 끝나도 살아남을 기업 — 내가 애플 주주로 남기로 한 이유

캔서방 2026. 5. 1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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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은 테슬라를 산다. 어떤 사람은 엔비디아를 산다. 요즘은 국장이 인기라 하이닉스에 목맨다. 한 번에 팍팍 오르는 종목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나는 매번 그쪽에 손이 안 갔다. 이상한 일이었다. 그러다 오늘, 내가 왜 그동안 그 종목들에 손이 안 갔는지 내 마음을 내가 알게 되는 순간이 왔다.

 

이 글은 그 깨달음을 기록하는 글이다.

1. 한 영상에서 시작된 공부

오늘 어떤 증시 분석 영상을 봤다. 매트릭스 투자자문의 곽상준 대표가 나와서 코스피와 미국 시장, 그리고 AI 산업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송이었다. 나는 영상을 두 번 봤다. 그리고 거기서 한 가지 핵심 메시지를 잡았다.

📺 영상 출처: 뉴스하이킥 — 코스피, 외인 매도세 속 개인의 힘으로 또 최고치 (곽상준, MBC 260513)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시대가 오고 있다. 이 환경에서 살아남을 기업은 매출이 좋고 대출이 별로 없는 기업이다."

 

 

이 한 문장이 머리에 박혔다. 그리고 이 말을 따라가다가 나는 한 결론에 도달했다.

2. AI 경쟁의 끝, 생각보다 일찍 올 수 있다

지금 AI 시장에는 돈이 미친 듯이 들어가고 있다. 데이터 센터 짓는 데만 한 회사당 2,000억 달러가 들어간다. 자기 돈으로 다 못 한다. 사모펀드에서 빌리고, 자산운용사에서 빌리고, 채권 시장에서 빌린다. 어떤 데이터 센터는 짓는 돈의 90%가 빌린 돈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그런데 금리가 올라가고 있다. 영국 정치 상황 때문에 채권 시장이 흔들리고, 중동 사태가 해결되지 않아서 인플레이션이 다시 올라간다. 중국의 생산자 물가까지 다시 오르고 있다. 글로벌 금리가 다 같이 올라가는 흐름이다.

 

빌린 돈으로 굴러가는 기업은 이런 환경에서 죽는다. AI 경쟁에 뛰어든 회사들 중에서도 체력이 안 되는 회사들은 결승선까지 못 갈 거라는 얘기다. 그러면 결국 누가 살아남는가? 매출이 강하고, 대출이 거의 없고, 자기 돈으로 굴러갈 수 있는 회사.

 

여기서 내 머릿속에 한 회사가 떠올랐다. 애플.

3. 사람들은 테슬라를 사는데, 나는 왜 그게 안 됐나

나는 이번 한국 시장의 큰 흐름에서 적지 않은 수익을 냈다. 폭락이 왔을 때 손절하고, 반등이 시작될 때 다시 들어가고, 추가 매수를 자동으로 굴리고. 운도 좋았지만, 미리 정해둔 규칙을 따른 결과였다.

 

그런데 그 수익을 어디에 다시 옮길지 고민할 때, 남들이 가는 곳으로 마음이 안 갔다. 테슬라는 변동이 너무 크다. 엔비디아도 마찬가지다. 한 번에 팍팍 오르고, 또 팍팍 떨어진다. 그 안에서 수익을 잘 빼는 분들도 있겠지만, 나는 매일 그 차트를 보고 있어야 하는 종목은 도저히 들고 있을 자신이 없다.

 

캐나다에 살고 있는 나는 시차도 있고, 본업도 있고, 가족도 있다. 내가 다른 일을 하고 있어도 알아서 일하는 종목이 필요했다. 그게 어떤 종목인지 처음에는 막연했는데, 오늘 영상을 보면서 정리가 됐다.

 

내가 좋아하는 종목은 한 번에 많이 오르는 종목이 아니다. 5년 뒤에도 망하지 않고 천천히 가는 종목이다.

 

이건 단점이 아니라 내 강점이라는 걸 오늘 알았다. 빠르게 큰 돈을 버는 게임이 있고, 천천히 견고하게 가는 게임이 있다. 둘은 다른 게임이고, 나는 후자에 맞는 사람이다. 자기가 어떤 게임에 어울리는지 모르고 시작하는 투자자가 가장 많이 깨지는 것 같다.

4. 애플은 한 번도 1등으로 시작한 적이 없다

여기서 내가 한참 공부한 이야기를 풀어본다.

 

애플이 왜 AI 경쟁에서 후발 주자가 됐는지 궁금했다. ChatGPT가 세상을 뒤집고, 구글이 Gemini를 내고, 메타가 Llama를 풀고, 머스크가 xAI를 만드는 동안, 애플은 무엇을 했나? Siri만 붙들고 있었다. 사람들은 "애플이 AI에서 뒤처졌다"고 했다.

 

그런데 애플의 역사를 보면, 애플은 항상 후발 주자였다.

 

제품시장 진입결과

아이팟 (2001) MP3 플레이어 후발 — Diamond Rio 등이 먼저 출시 시장 지배
아이폰 (2007) 스마트폰 후발 — 블랙베리·노키아가 먼저 게임 체인저
애플워치 (2015) 스마트워치 후발 — Pebble·삼성이 먼저 시장 1위
AirPods (2016) 무선 이어폰 후발 시장 지배
Mac M-시리즈 (2020) ARM 노트북 후발 노트북 시장 재편

 

애플은 한 번도 "제일 먼저"가 아니었다. 항상 시장이 어느 정도 정리된 후에 들어왔다. 그리고 완성도 1등으로 시장을 가져갔다.

이 패턴에 나는 이름을 붙였다. "완성자 모델."

 

선두 주자는 길을 닦는다. 완성자는 그 길 위에 제일 좋은 차를 올린다. 사람들은 결국 좋은 차를 탄다. AI 시장에서도 똑같은 패턴이 진행 중이다. ChatGPT가 먼저 뛰었고, 구글이 따라잡고, 머스크가 끼어들고, 다들 자기 모델 만든다고 돈을 태우고 있다. 그동안 애플은 조용히 자기 칩(M-시리즈, A-시리즈)을 다듬고, 디바이스 통합 인프라를 짓고, 폐쇄형 생태계를 다지고 있다.

5. 자체 AI 모델이 없어도 괜찮은 이유

누군가는 "애플은 자체 LLM이 없잖아"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지금 Apple Intelligence는 OpenAI의 ChatGPT를 내장해서 쓴다. 자기 두뇌가 없는 셈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 애플이 자체 AI를 처음부터 만들 필요가 있을까?

 

AI는 결국 어디선가 돌아야 한다. 폰에서, 태블릿에서, 노트북에서, 워치에서, 자동차에서, 안경에서. 그 모든 디바이스를 한 회사가 다 가지고 있는 곳은 애플밖에 없다. AI 모델을 만드는 회사는 많지만, 모든 사용자가 매일 손에 들고 있는 디바이스를 만드는 곳은 애플 하나다.

 

진짜 게임은 이렇다. "AI가 누구의 디바이스에서 가장 자연스럽게 돌아가는가." 그리고 그 게임의 끝에는 하드웨어를 가장 잘 만드는 회사가 남는다. 모델은 어차피 빌려 쓸 수도 있고, 사올 수도 있고, 자체 개발할 수도 있다. 사실 후발로 만들어도 시간이 충분하다. 그러나 디바이스 생태계는 빌릴 수가 없다. 그건 20년 쌓아야 만들어진다.

 

특히 프라이버시가 점점 중요해지는 시대다. 외부 서버에 데이터를 보내지 않고 디바이스 안에서 돌아가는 AI(폐쇄형 AI, 온디바이스 AI)가 필요해진다. 이걸 가장 진지하게 준비하는 회사도 애플이다. M-시리즈 칩의 처리 능력, Private Cloud Compute 아키텍처, Apple Intelligence의 설계 전체가 이 방향으로 짜여 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결론냈다. 애플은 AI 경쟁에서 1등이 아니어도 된다. AI가 결국 돌아가야 할 디바이스의 1등이면 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애플이 안경처럼 작은 폼팩터의 디바이스를 본격적으로 출시할 때 — 그 순간이 신호탄이 될 거라고 본다. 폰에서 안경으로 인터페이스가 옮겨가는 그 시점에, "디바이스 생태계의 1등"이 한 번 더 시장 평가를 받을 거다.

6. "신념"과 "가격"은 분리되어야 한다

여기서 한 가지를 분명히 하고 싶다. 내가 애플의 가치에 동의한다고 해서, 지금 당장 비싼 가격에 살 이유는 없다.

이 둘은 분리되어야 한다.

  • 신념 = 매수한 다음 흔들리지 않는 힘.
  • 가격 = 언제 매수할지 결정하는 기준. 신념과는 다른 문제.

이걸 헷갈리면 위험하다. 내가 좋아하니까 비싸도 산다는 충동이 가장 큰 실수를 만든다. 신념이 강한 종목일수록 가격은 더 냉정하게 봐야 한다. 분기 실적 후 변동성이 생길 때, 시장 전체가 조정 받을 때, P/E가 평균 아래로 내려갈 때 — 그때 들어가는 거다.

 

오늘 시장이 좋은 예다. 한국 코스피가 장중 한때 8,000을 거의 찍었다가(7,999) 종가에 -2.29%로 마감했다. 외국인이 하루에 5.66조원을 던졌다. 곽상준 대표가 영상에서 말한 *"선수들은 일부 현금화를 시작했다"*는 메시지가 몇 시간 만에 시장에 그대로 나타났다.

 

나는 그래서 한국 시장의 일부를 차익 실현하기로 했다. 그 자금으로 USD 현금을 들고 기다린다. 애플이 좋은 가격을 줄 때까지. 그 가격이 언제 올지는 모른다. 이번 주일 수도 있고, 6개월 후일 수도 있다. 기다리는 동안 다른 종목으로 도망가지 않는다. 기다림 자체가 전략이다.

7. 마무리 — 느린 부자의 길

투자에서 가장 큰 실수는 나에게 맞지 않는 게임에 들어가는 거다. 사람마다 견딜 수 있는 변동성이 다르고, 시간 지평이 다르고, 잘 아는 분야가 다르다. 그걸 인정하고 내 게임만 하면 된다.

 

나는 천천히 가기로 했다. 한 번에 100% 오르는 종목 대신, 5년에 걸쳐 묵직하게 가는 종목을 산다. 그 5년 동안 나는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있다. 차트를 보지 않아도 마음이 편하다.

 

그게 내가 견딜 수 있는 투자고, 그게 결국 내가 끝까지 들고 갈 수 있는 투자다. 들고 가야 결국 수익이 난다. 던지면 끝이다.

 

이 글을 읽는 분 중에도 남들이 가는 길에 어울리지 않는 분이 있을 거다. 그게 단점이 아니다. 그게 여러분의 게임을 찾으라는 신호다. 천천히 가도 괜찮다. 끝까지 가는 사람이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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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can survive. We can surv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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