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근교 당일치기, 선샤인 코스트 완전정복
밴쿠버에 살면서 “가까운데 아직 안 가본 곳”이 하나쯤은 있죠. 저한테는 선샤인 코스트(Sunshine Coast)가 그랬습니다. 차로 갈 수 없고 페리를 타야 한다는 것 하나 때문에 계속 미뤘거든요.
이번에 가족들과 당일치기로 다녀왔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하루면 충분히 됩니다. 대신 페리 시간표를 모르고 가면 하루의 절반을 터미널에서 날립니다. 제가 실제로 다녀온 코스와, 미리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을 정리했습니다.


호스슈 베이에서 40분. 배에서 내리면 바로 랭데일입니다.
선샤인 코스트, 어디까지가 당일치기 사정권일까
선샤인 코스트는 밴쿠버 북서쪽 해안을 따라 길게 이어진 지역입니다. 육로로는 연결이 안 돼서 호스슈 베이(Horseshoe Bay)에서 페리를 타고 랭데일(Langdale)로 들어가야 합니다.
당일치기로 현실적인 범위는 이 정도입니다.

이 네 곳을 하루에 도는 게 딱 좋습니다. 그 위로 파월 리버까지 올라가려면 페리를 한 번 더 타야 해서 당일치기로는 무리예요.
BC페리(BC Ferries) 호스슈 베이 → 랭데일, 이것만 알면 됩니다
소요 시간과 배차
편도 40분입니다. 생각보다 짧아요. 배차는 하루 12편 정도인데, 문제는 간격이 일정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호스슈 베이 출발 기준으로 7:30 → 8:20까지는 50분 간격인데, 그다음이 9:50입니다. 1시간 반이 비어요. 이런 구간이 하루에 몇 번 있습니다. 랭데일에서 돌아오는 배도 마찬가지고요.
놓치면 다음 배까지 1시간 반입니다. 특히 돌아올 때 이걸 계산 안 하면 저녁 계획이 통째로 밀립니다.
정확한 시간표는 출발 전날 BC Ferries 공식 페이지에서 다시 확인하세요. 시즌마다 바뀝니다.
요금 — 왕복인데 한 번만 냅니다
이 노선의 가장 좋은 점입니다. 요금은 호스슈 베이에서 나갈 때 한 번만 결제하고, 랭데일에서 돌아오는 편은 따로 안 냅니다. 처음 타는 분들이 돌아올 때 또 내야 하는 줄 알고 당황하는데, 아닙니다.
2026년 8월 기준으로 예약 요금(Saver Fare)은 차량+운전자 편도 $39부터 시작합니다. 성인 승객은 별도 요금이 붙고요. 현장 구매(At Terminal)는 이보다 비쌉니다.
예약, 하는 게 좋습니다
깁슨스 노선은 예약 없이도 탈 수 있습니다. 다만 여름 주말에는 차를 세워놓고 한두 편 흘려보내는 일이 흔합니다.
- 예약했다면: 출발 30~60분 전 도착. 30분 전에 체크인이 닫히니 늦으면 예약이 무효가 됩니다
- 예약 안 했다면: 도착 순서대로. 여름 성수기 주말은 최소 1시간 전 도착 추천
미리 예약하면 저렴한 Saver Fare를 잡을 수 있어서 돈도 아끼고 마음도 편합니다.
하루 코스 — 제가 실제로 돈 순서

아이들과 함께라면 이 순서를 추천합니다. 오전에 걷고, 점심 먹고, 오후는 해변에서 풀어놓는 흐름이 제일 덜 지칩니다.
깁슨스(Gibsons) — 이 동네가 유명한 진짜 이유
랭데일에서 10분만 내려오면 나오는 항구 마을입니다. 그냥 예쁜 바닷가 마을이라고만 알고 갔다가, 가서야 알았습니다.
이 동네는 비치콤버스(The Beachcombers)라는 캐나다 TV 드라마의 배경입니다.
- 1972년부터 1990년까지 18년간 방영 — 캐나다 최장수 드라마 기록
- 전 세계 60개국 이상에 수출, 한국에서도 방영
- 마을 전체가 촬영장이라 차가 지나가면 촬영이 멈추곤 했다는 일화가 남아 있습니다




깁슨스 랜딩. 항구를 따라 걷는 데 30분이면 충분합니다.
몰리스 리치 (Molly’s Reach)
드라마에 나오던 그 식당이 지금도 항구 앞에 그대로 있습니다. 올해로 건물이 100년 됐다고 해요. 지금은 실제로 영업하는 식당이자 드라마 기념관 같은 공간입니다. 사진 한 장은 꼭 찍고 오세요.

노란 간판의 몰리스 리치. 드라마 속 그 자리 그대로입니다.
노란 컵의 정체
깁슨스 랜딩을 걷다 보면 사람들 손에 노란 컵이 하나씩 들려 있습니다. 처음엔 뭔가 했는데, 다들 같은 커피숍에서 나온 거더군요. 간판을 보고 알았습니다 — 가게 이름부터가 드라마 이름을 그대로 딴 곳이었어요. 관광객이든 로컬이든 노란 컵을 들고 다니는 게 이 동네 풍경입니다. 저희도 자연스럽게 합류했습니다.



이 노란 컵. 한 바퀴 돌다 보면 열 명 중 서너 명은 들고 있습니다.
선샤인 코스트 박물관 (Sunshine Coast Museum & Archives)
항구가 내려다보이는 헤리티지 건물에 있는 작은 박물관입니다. 비치콤버스 관련 전시가 잘 되어 있어서, 이 동네가 왜 이렇게 유명한지 30분이면 다 이해됩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여기를 먼저 들르는 걸 추천합니다. 배경을 알고 나서 마을을 걸으면 완전히 다르게 보이거든요. 저희 아이들도 “저기가 그 집이야?” 하면서 훨씬 재밌어했습니다.







입장료는 기부제(admission by donation). 30분이면 이 동네의 맥락이 잡힙니다.
깁슨스 퍼블릭 마켓 (Gibsons Public Market)
항구 바로 옆 실내 마켓입니다. 베이커리, 도넛, 치즈, 정육, 생선 가게가 한 건물에 모여 있어요. 점심을 여기서 해결해도 되고, 간식만 사도 좋습니다.





한 건물 안에 빵·도넛·치즈·정육·생선이 다 있습니다.
마켓 앞 놀이터 — 아이 동반이라면 여기가 핵심
퍼블릭 마켓에서 나오면 바로 놀이터가 있습니다. 별거 아닌 것 같은데, 아이랑 다니는 부모 입장에선 이게 코스의 성패를 가릅니다.
오전 내내 걷느라 지친 아이들이 여기서 20분 뛰고 나면 완전히 리셋됩니다. 캐나다 여행 다니면서 매번 느끼는 건데, 어디를 가도 아이가 몸을 쓰고 놀 공간이 있다는 게 정말 큰 장점이에요.

마켓 바로 앞 놀이터. 여기서 20분이면 아이들 체력이 리셋됩니다.
점심 — 세셸트 Basted Baker
세셸트 다운타운 한복판에 있는 브런치 집입니다. 선샤인 코스트에서 브런치 검색하면 거의 무조건 나오는 곳이에요.
여기 시그니처는 직접 만드는 버터 비스킷입니다. 에그 베네딕트를 잉글리시 머핀이 아니라 이 비스킷 위에 올려주는데, 이게 이 집의 정체성입니다.
저희가 먹은 것들:
- 풀드포크 베네딕트 (Pulled Pork Benny) — 이날 최고. 비스킷이 눅눅해지지 않는 게 신기했습니다
- 우에보스 란체로스 (Huevos Rancheros) — 베스트셀러. 이름이 어려워서 그냥 사진 보고 시켰는데 잘 골랐습니다
- The OG 비스킷 샌드위치 — 베이컨·토마토·체다·수란. 실패할 수 없는 조합
- 브리또 볼 (Burrito Bowl) — 아이들도 잘 먹었습니다
아이 메뉴(Piglet Pack)에 장난감이 딸려 나오는 것도 소소하게 좋았습니다.
주의: 로컬들이 극찬하는 집이라 웨이팅이 있습니다. 주말 브런치 타임에 가려면 시간 여유를 두세요.






마지막 사진이 이날의 정답. 비스킷 위에 올린 베네딕트입니다.
데이비스 베이(Davis Bay) — 낚시와 게잡이의 성지
점심 먹고 바다로 나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날 제일 좋았던 곳입니다.
피어 데크가 반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큰 피어가 바다로 쭉 뻗어 있는데, 구조가 잘 되어 있어요.
- 한쪽: 낚시·게잡이 전용
- 다른 한쪽: 수영·다이빙
- 입구 쪽: 피크닉 테이블
낚싯줄과 수영하는 사람이 안 섞이게 설계해놓은 겁니다. 덕분에 낚시하는 사람 옆에서 아이들이 물놀이해도 서로 불편하지 않아요.




표지판 하나로 낚시 구역과 수영 구역이 딱 갈립니다.
물고기가 진짜 나옵니다
여기서 낚시하던 가족을 만났는데, 일곱 살쯤 된 아이가 던질 때마다 한 마리씩 올리더군요. 옆에서 보다가 저도 다음엔 낚싯대를 들고 와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로컬 분들 말로는 이렇습니다.
- 넙치(Halibut)가 잘 나온다
- 7~8월엔 산란 위해 이동하는 연어도 걸린다
- 물이 들어오는 아침 시간대가 가장 좋다
밴쿠버 근교 피싱 포인트 찾는 분들은 여기 기억해두세요.
크래빙(게잡이) 규정 — 이것 모르고 하면 벌금 폭탄
피어에서 게잡이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캐나다 크래빙은 규정이 꽤 빡빡합니다. 모르고 어겼다가 걸리면 벌금이 정말 큽니다.
1. 반드시 낚시 면허가 있어야 합니다
연방 조업 면허(Tidal Waters Sport Fishing Licence)가 필요합니다. 1일권·3일권·5일권·연간권이 있어서 여행자도 하루짜리로 살 수 있습니다.
2. 수컷만 잡을 수 있습니다
암컷은 잡는 즉시 놓아줘야 합니다. 배딱지 모양으로 구분합니다 — 수컷은 좁고 뾰족하고, 암컷은 넓고 둥급니다.
3. 크기 제한이 있습니다
던지네스 크랩은 갑폭 165mm 이상만 가져갈 수 있습니다. 레드락 크랩은 기준이 다릅니다. 자를 반드시 챙기세요. 눈대중은 안 됩니다.
4. 하루 마릿수 제한
사우스 코스트 기준으로 던지네스·레드락 각각 4마리까지입니다.


피어 입구 안내판에 암수 구분법과 크기 기준이 그림으로 붙어 있습니다. 지나치지 마세요.
규정은 지역(Area)과 시즌에 따라 바뀝니다. 가기 전에 DFO 공식 페이지에서 해당 구역 규정을 꼭 다시 확인하세요. 폐쇄 구역이 생기기도 합니다.
아쿠아 슈즈는 필수입니다
데이비스 베이는 모래가 아니라 자갈 해변입니다. 맨발로 들어가면 못 걷습니다. 물놀이 계획이 있다면 아쿠아 슈즈 꼭 챙기세요. 이거 하나로 하루가 달라집니다.




보이시죠, 이 자갈. 맨발로는 열 발자국도 못 갑니다.
못 가본 두 곳 (다음에 가려고 적어둡니다)
Sharkey’s Fish Locker — 재료 소진되면 문 닫습니다
데이비스 베이에서 차로 5~7분, 로버츠 크릭에 있는 피시앤칩스 집입니다. 로컬들이 줄 서서 먹는 가성비 맛집으로 유명해요. 대구·넙치·연어·새우 튀김을 두툼하게 튀겨주고, 테이크아웃 전문이라 받아서 바닷가에서 먹으면 된다고 합니다.
문제는 하루 정해진 수량만 팔고 재료가 떨어지면 그냥 닫는다는 것. 저녁으로 먹으려고 갔는데 이미 문이 닫혀 있었습니다. 여기가 목적이라면 저녁 말고 이른 시간에 가세요.

저녁에 갔더니 이미 이 상태. 다음엔 점심에 오겠습니다.
MORE Cafe & Bakeshop — 크루아상 맛집
깁슨스에 있는 유럽식 베이커리입니다. 유럽에서 온 마스터 베이커가 운영하는 곳으로, 더블 베이크드 크루아상이 시그니처라고 해요.
- 위치: 1057 Gibsons Way, Gibsons (깁슨스 랜딩이 아니라 위쪽 도로변입니다)
- 일요일 휴무, 평일 7am~4pm / 토요일 7am~2pm
- 인기 메뉴는 오후에 품절되니 오전 방문 권장
일정상 못 들렀는데, 이건 다음 방문 1순위로 찍어뒀습니다.
당일치기 체크리스트
가기 전에 이것만 확인하세요.
- □ 페리 시간표 확인 — 특히 돌아오는 편. 배차 간격이 불규칙합니다
- □ 페리 예약 — 여름 주말은 필수에 가깝습니다. Saver Fare로 아끼세요
- □ 요금은 나갈 때 한 번만 — 돌아올 때 추가 결제 없습니다
- □ 아쿠아 슈즈 — 자갈 해변입니다
- □ 낚시 면허 + 자 — 게잡이·낚시 계획이 있다면
- □ 현금 약간 — 작은 로컬 가게는 카드가 안 되는 곳이 있습니다
- □ 맛집은 이른 시간에 — 재료 소진으로 조기 마감하는 곳이 많습니다
마무리 — 페리 40분이 만드는 거리감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페리 40분 건넜을 뿐인데 공기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이었습니다. 밴쿠버에서 한 시간 반 거리인데 여행을 온 기분이 제대로 납니다.
다음엔 낚싯대를 챙겨서 아침 물때에 맞춰 데이비스 베이에 가려고 합니다. Sharkey’s도 열려 있을 때 가고요. 그때 다녀오면 2편으로 이어서 쓰겠습니다.
밴쿠버 사시는 분들, 아직 안 가보셨다면 이번 주말에 한번 다녀오세요. 하루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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